박상준, 똑똑똑 녹유 10호 기고 2018.12.06 발행

현 정부가 작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와 발전시설이 크게 늘고 있다. 그간의 미흡했던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 부문의 노력을 돌이켜보면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전시설로 인한 산림 등 환경 훼손이나 화재 등 안전사고, 경관 훼손, 시설 설치지역의 주민과 사업자 간의 갈등 등 상당한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재생에너지의 본질적 한계라기 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부작용의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 중지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언급된 여러 문제 중에서도 태양광 발전 시설로 인한 산림 훼손 문제와 이를 다루기 위한 제도적인 변화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시작에 앞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대해 우선 짚어보자. 태양광 발전 시설로 인해 산림이 훼손된다는 비판은 대부분 보수 정당의 정치인들과 유력 보수언론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지난 두 보수 정권 동안 설악산 케이블카나 정선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 등 산림 보전과 개발 사이의 갈등들을 다뤄온 태도는 다분히 토건주의적이고, 생태적 가치보다는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탈핵과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한편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었음을 생각하면, 과연 그들의 비판이 산림 훼손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 진정성을 의심해볼 만 하다.

이제 그들이 가리키는 달을 살펴보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위한 산지 개발이 상당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16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시설이 설치된 부지 중 38%가 임야에 해당하며, 이 중 88%를 태양광이 차지했다. 2010년 한해에 산지에 설치 허가를 받은 태양광 발전 시설의 면적은 약 30ha였으나 2016년에는 528ha로 급증, 2017년에 1431ha에 달하는 산지가 태양광 발전 설치의 허가를 받아 몇 년 사이 약 48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산지의 땅값이 저렴하고,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경우 산지관리법상 산지 이용 허가를 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양광 발전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주차장 등의 건설을 이유로 지목(토지용도)을 임야에서 잡종지로 변경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땅값이 5~10배씩 오르기도 하며 이를 노린 투기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어쨌든 태양광 발전 시설이 늘어나면 좋은 것 아닌가? 라고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의 측면에서만 보면, 산림을 훼손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시설이 늘어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는 산림을 개발하여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경우 산림의 탄소 감축 효과를 잃긴 하지만 같은 면적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감축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령 소나무의 탄소저감효과는 1ha당 10.8톤 CO₂(국립산림과학원, 2012,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인 반면, 1ha에 606kW(16.5m₂에 1kW 설치)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에는 연간 304톤 CO₂의 탄소저감효과(에너지경제연구원)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산림을 개발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는 여전히 상당한 기여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산지가 다른 토지에 비해 선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제외하면 특별히 산지여야 할 환경적,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산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다른 토지에 건설했을 경우 상실하지 않을 수 있었을 산림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잃는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없앤 산림만큼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상쇄되는 것이다. 이는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비용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의 기본적인 목적은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다. 그러나 산림을 보전하고 넓히는 것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다른 지역을 두고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기본적인 목적 중 하나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산림의 생태적 가치를 상실되고 경관이 훼손됨은 물론이고, 비판 측의 주장처럼 안전대책과 지형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산사태 등 사고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존의 시설은 차치하고라도 신규 사업자들이 산지를 선호하지 않게 하고 보다 생태적 가치가 낮은 지역을 선호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다행히 태양광 시설의 이런 산지 집중 현상은 정부의 태양광 발전의 산지 이용규제 강화로 점차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올해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지침’과 산지관리법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산지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올해 11월 말부터 시행되는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산지전용 대상이었던 태양광 시설이 20년 연한의 산지 일시사용 대상으로 전환되며 기존에는 가능했던 지목변경(임야-> 잡종지)도 불가능하게 되어 땅값을 목적으로 한 투기를 방지하게 되었다. 또한 산지 허가기준 경사도를 기준 25°에서 15°로 변경하여 산지 내 입지가 가능한 지역을 줄이고 토사 유출 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더불어 올해 8월부터 시행된 환경부의 지침은 태양광 발전 입지 선정 시 ‘회피해야 할 지역’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지역’을 지정하고, 개발 시 지켜야 할 개발방식을 구체화하여 생태 및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가 태양광 발전에 의한 산림 훼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태양광에 대한 입지 규제만 강화한 이 조치로 인해 태양광 산업이 확대될 동력이 자칫 상실될까 하는 것이다. 작년 말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발표로 적극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나서던 이들이 갑작스러운 정부 규제강화로 혼란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입지로 인한 전국 곳곳의 주민 갈등을 해소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사업자들의 혼란을 줄여줄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를 주목해볼 만 하다. 환경부와 산업자원부가 함께 마련한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는 사업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부지를 발굴하여 사전에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을 평가 및 확보한 뒤 해당 부지를 발전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우선 허가를 받은 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이 때문에 환경성이나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등의 문제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계획입지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지자체가 사전에 주민들의 수용성과 환경성을 확보한 지역을 공급하기 때문에 발전 시설로 인한 사업자와 주민들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발전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지역에 공유하도록 하는 장치를 통해 발전 사업이 사업자와 기후변화에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과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이 계획입지제도와 관련해 환경부는 건축물 유휴공간, 농업용저수지 및 염해피해 간척농지 등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체 개발부지에 태양광 입지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생태적 가치가 낮은 지역들에 재생에너지 부지를 계획함으로써 해당 토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는 한편 산림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유사한 입지규제는 독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독일 재생에너지법(EEG)에 의하면 땅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생태적 가치가 낮거나 생태적 영향이 적인 지역(구조물로 이미 토지가 덮여 있던 지역이나 오염된 지역, 한계 농지 등)에 설치되는 발전시설에 한하여 재생에너지법에 근거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한 독일의 이 같은 제도는 향후 재생에너지 정책과 계획입지제의 발전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최근에 변경된 산림 보호 조치들로 인해 태양광 사업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은 줄어들었지만, 향후 계획입지제도와 재생에너지 정책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산림을 보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빠르게,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방식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 사회는 기후변화라는 매우 시급하고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1.5℃ 특별보고서는 파리협약에서 합의된 지구 평균기온의 상한선인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상승이라는 목표조차도 지구의 환경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바꿔버릴 것이며, 평균기온 1.5℃라는 더욱 엄격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으로는 1.5℃ 선은 불과 수십 년 내에 도달할 것이며 2100년까지 2℃ 이내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에너지 분야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한 평의 숲도, 한 조각의 태양광 패널도 아쉽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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