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똑똑똑 녹유 기고

독일은 세계적인 환경 선진국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Energiewende)은 탈핵, 탈석탄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억제하는 등 기존 에너지 체계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담고 있어 환경 정책의 모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는 어떠할까? 독일이 환경 선진국의 명성에 걸맞는 노력을 해오고 있을까?

독일의 기후변화 목표 – 어두운 전망

독일 정부가 2016년에 발표한 ‘2050 기후행동계획(klimaschutzplan 2050)’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에서 최대 95%까지 감축해 사실상 19세기 이전의 배출량에 도달, 기후중립 국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야심 찬 목표를 담고 있다. 단계적으로는2020년과 2030년까지 각각 1990년 배출량 대비 40%와 55%를 감축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중장기 목표는 목표 실현을 위한 에너지 부문의 정책 계획과 함께 이미 2010년에 채택된 ‘에너지 구상 2010(Energiekonzept 2010)’을 통해 제시된 바 있으며, 또한 2014년  ‘2020 기후행동프로그램(Climate Action Programme 2020)’을 승인함으로써2020년까지 40% 를 감축하기 위한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 각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50 기후행동계획’은 기존의 계획을 확장하여, COP21 파리 협정의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중립(GHG emissions neutrality)’에 부합하는 장기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부문별 중장기 감축목표와 필요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포함하는 포괄적인 기후변화 대응 계획으로써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독일의 야심 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얼마나 이행되고 있을까? 이번 달 발표된 정부와 연구소들의 발표에 의하면 그 전망이 밝지 않다. 독일 연방환경부가 5월 발표한 ‘2019 연방정부 전망 보고서(Projektionsbericht der Bundesregierung 2019)’에 의하면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경향이 지속될 경우 독일이 2030년까지의 부문별 감축 목표를 어떤 부문에서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해당 보고서는 2018년 8월 이전까지 도입이 결정된 모든 기후 및 에너지 관련 정책들을 반영해 2035년까지의 배출량을 전망하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는데, 이 시나리오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33%(목표 -40%)를 감축하고 2030년까지는 42%(목표 -55%)를 감축한다는 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추가적인 대책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러한 독일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이 실현될 경우 그 여파가 단지 목표 달성 실패에만 그치지 않으며, 정부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응용생태연구소(Öko-Institut)는 앞서 소개된 정부의 배출량 전망이 수치를 근거로 2021-2030년 10년간 독일이 EU ESR(Effort Sharing Regulation, 부담 공유 규정)로부터 할당된 배출량을 지키지 못해 지불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이 총 약 380억 유로(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전망치에 의하면2021-2030년 동안 독일이 EU ESR에서 할당한 배출량을 약 총 3억8천만톤 CO2eq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 ton CO2eq 당 100유로인 ESR 배출권의  가격을 고려해 계산하면 10년간 총 380억 유로의 비용이 정부의 배출권 구입을 위해 쓰일 수 도 있는 것이다.  

<2020, 2030 독일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 및 전망>

출처: 독일 연방환경청(BMU, 2019) 자료로 Clean Energy Wire(CLEW, 2019)가 재구성.

한편, 유럽기후재단(European Climate Foundation, ECF)은 현재의 배출 추세와 에너지 전환 계획을 고려할 때 EU 28개 회원국 중 어느 국가도 2030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독일은 슬로바키아와 함께 뒤에서 2위, 즉 공동 26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달성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스페인이 52%로 1위, 프랑스가 47%로 2위를 차지했다. 독일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게 평가된 이유는, 독일 정부의 계획 에너지 효율부문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평균 이상이지만 구체적으로 계획된 조치들과 이에 필요한 투자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원인과 대책들

에너지 전환이라는 모범적인 정책과 급격한 재생에너지 분야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은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했다. 이유가 뭘까?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대해 ESYS(Energysysteme der Zukunft, 미래를 위한 에너지 시스템)의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전력 부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부문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송과 건설 부문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분야는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적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을 필요로 한다. 이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EU ESR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지난 몇 년 간 석탄화력발전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의 독일의 전력생산 현황을 보면,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약 35.4%(무연탄 12.9%, 갈탄 22.5%)로 높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34.9%)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U ETS의 배출량이 과잉할당되어 배출권 가격이 너무 저렴해진 바람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의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이유는 탈핵 정책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독일 전력 생산에서 많이 확대되었지만, 늘어난 발전량은 주로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이 아니라 2022년까지 중단되는 핵발전이 담당하던 발전량을 대체했다. 핵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에너지원이기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것이 적어도 온실가스 감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직접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탈핵 뿐만 아니라 탈석탄이 함께 이루어지고, 또한 전력 의존도가 낮은 부문에서의 별도의 조치가 이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EU ETS가 석탄 발전량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출량을 적절하게 할당해야 할 것이다. 

2020년까지 독일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작년에도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작년 6월 각계 각층의 시민들과 전문가들을 모아 “석탄 위원회”(공식명칭은 성장과 경제 구조 변화, 고용 위원회)를 설립하였고, 이 위원회는 올 1월, 6개월간의 과정 끝에 탈석탄 로드맵과 최종적인 탈석탄 시점을 제안했다. 제안된 안에 따르면 독일은 늦어도 2038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하게 되며, 2022년까지는 12.5 GW, 2030년 까지는 총 25 GW의 발전 시설을 폐쇄하기 된다. 2019년 현재 독일의 석탄 발전설비 용량은 무연탄이 23.7GW, 갈탄 21.2GW로, 총 44.9GW의 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메르켈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책임이 있는 부처 장관들의 협의체인 “기후변화 내각(Climate Cabinet)”을 도입하기도 했다. 연방환경부 장관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부처간 협의체는 지금까지 환경부만의 책임이었던 기후변화 문제에 보다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책들이 담긴 기후행동법(Climate Action Law) 도입이 기후변화 내각을 통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 내각의 도입은 이러한 부처간 협의체가 별도로 필요할 만큼 기존의 접근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진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방증으로 읽히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한국의 기후변화 노력은 현재 어디쯤 와있을까? 작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19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60위 중 57위로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몇 년간 배출량 감축 성적이 좋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중국은 33위를 기록했고, 독일은 2009년 이후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가 부진한데다 지지부진한 탈석탄 정책, 소극적인 탄소 가격 정책 등으로 작년보다 5계단 하락한 27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뒤쳐진 3개 국가는 주요 산유국인 이란과 미국, 사우디 아라비아 뿐이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있어서도 한국의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작년에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하여, 2030년까지 연간 536백만톤(BAU 대비 37% 감축, 2015년 대비 22.3% 감축)으로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기존의 배출 전망치(BAU) 대비 감축 목표 설정이라는 상대적인 목표 설정에서 절대량 감축목표로 전환하고, 보다 구체적인 부문별 로드맵과 단계별 감축 경로를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종적인 감축 목표 자체는 많은 비판을 받았던 UN 제출안(2030년 BAU 대비 37% 감축)과 다르지 않다. 2030년의 배출량 목표인 536백만톤은 불과 2000년대 초반의 배출량이다.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의 55%, 2050년까지 최대 95%를 줄여 19세기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는 독일의 목표에 비하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추이가 감소세에 접어들지도 못하고 있다. IMF사태가 발생한 1998년의 배출량 급락을 제외하면, 1990년 이래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5년간 오히려 연평균 2.3%씩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소극적인 정부의 감축목표조차도 달성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1990~2015) >


출처: 대한민국 정부(2018)

주춤하는 독일, 갈 길이 한참 먼 한국

한국이 57위를 기록한 ‘기후변화대응지수 2019’ 보고서의 1~3위는 공석이다. 보고서의 대상 국가인 유럽연합과 56개국 중 어느 나라도 연평균 기온 상승 2℃ 이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선두에 있는 국가들 수준의 정책들이 전세계에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2℃ 이하의 목표를 이루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많은 국가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과 EU국가들이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이들 국가가 들이고 있는 적지 않은(적어도 한국에 비해서는) 노력들을 고려하면, 현재의 어두운 전망들은 기후변화라는 문제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독일과 같은 적극적인 목표설정과 에너지 전환으로도 부족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들여온 노력은 위험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갈 길이 구만 리인데, 아직 어디로들 가야할 지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다. 탈석탄에 대한 논의는 미세먼지 문제까지 가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기온 상승 2℃ 이하라는 목표는 커녕 현재 정부가 설정한 소극적인 2030의 목표조차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한 때의 환경 선진국 독일의 사례로부터 배워야할 것은, 더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는 절대로 기후변화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의 몫이라는 것이다. 

참고 자료: 

대한민국 정부. 2018.7.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

디지털타임스. 2019.05.19.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 투자 불구, 연평균 2.3%씩 증가 https://news.v.daum.net/v/20190519131419480

시사저널. 2018.12.13. 한국, 기후변화 대응 참 못했다 ‘60개 국가 중 57위’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104

에너지경제연구원. 2016.11.21.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16-42호. http://www.keei.re.kr/web_keei/pendingissue.nsf/xmlmain4/0E71EC17B02EF044492580710040763B/$file/36_%EC%9C%A0%EB%9F%BD.pdf

Clean Energy Wire. 2019.04.03. Germany’s energy consumption and power mix in charts.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germanys-energy-consumption-and-power-mix-charts

Clean Energy Wire. 2019.05.03. Germany’s greenhouse gas emissions and climate targets.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germanys-greenhouse-gas-emissions-and-climate-targets

Clean Energy Wire. 2019.05.14. Energy researchers spell out four reasons for slow emissions reduction in Germany.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energy-researchers-spell-out-four-reasons-slow-emissions-reduction-germany

Clean Energy Wire. 2019.05.16. Germany to miss 2030 climate goal by wide margin without action across economy.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germany-miss-2030-climate-goal-wide-margin-without-action-across-economy

Clean Energy Wire. 2019.05.16. No EU country on track for 2030 climate goal, Germany ranks second to last – report.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no-eu-country-track-2030-climate-goal-germany-ranks-second-last-report

Clean Energy Wire. 2019.05.17. German commission proposes coal exit by 2038.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german-commission-proposes-coal-exit-2038

Clean Energy Wire. 2019.05.17. Germany could face even higher billion-euro-bill for failing EU climate targets.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germany-could-face-even-higher-billion-euro-bill-failing-eu-climate-targets

Clean Energy Wire. 2019.05.21. Climate cabinet to ensure Climate Action Law comes before end of year – Merkel. https://www.cleanenergywire.org/news/climate-cabinet-ensure-climate-action-law-comes-end-year-merk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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