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창간한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에 프라이부르크에 거주하는 하리타 님과 함께 “베를린에서 온 기후 편지”라는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독일의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현황, 재활용률, 신포장재법, 유럽연합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법에 관해 다루었습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무심코 살다 보면 며칠 새 수북이 쌓이는 플라스틱 포장재는 독일에 사는 저희에게도 고민거리입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려고 슈퍼에 가면 개별 포장된 채소는 외면하죠. 플라스틱과 종이박스로 이중 포장된 비건 돈가스는 세 번 걸러 한번만 삽니다. 토요일 오후엔 깨끗이 씻어놓은 잼병을 챙겨 들고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상점인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에 갑니다.”
제조사와 유통업체에 더 큰 재활용 책임 묻는 ‘신포장재법’
독일은 2019년 1월 1일자로, 기존 포장재법과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강화한 신포장재법(VerpackG, Verpackungsgesetz/German Packaging Act 2019)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포장재를 제조 및 유통하는 주체들이 폐기처분과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겁니다. 이른바 ‘완전성 선언’을 의무화했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지냐고요? 각 유통업체와 제조사는 이 법에 따라 먼저 자사에서 쓰는 모든 포장재 관련 정보를 데이터 뱅크인 LUCID에 등록해야 합니다. 포장재 재질부터 수량, 생산 및 폐기 장소 등이 필수로 등록해야 할 데이터입니다. 다음으로 듀얼 시스템에 속한 민간 재활용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사의 포장재 폐기 및 재활용을 관리하게 됩니다. 새로 설치한 연방 중앙기관에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완전성 선언을 합니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경우, 폐기량이 기준치인 3만 킬로그램을 넘으면 별도로 신고도 해야합니다.
이렇게 데이터 뱅크에 등록된 자료 및 보고서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전에도 지역 상공회의소에 폐기물 완전성 선언을 해야 했지만, 중앙기관이 생기면서 보다 투명하고 일관된 관리가 가능해진 겁니다.
독일의 신포장재법은 1991년 처음 시행됐던 포장재법을 2019년부터 대체한 것인데, 기존 법은 제조사 및 유통사에게 폐기물 처리 의무를 지운 첫 번째 법이었어요.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에 공병회수기계가 들어서고, 제조업체들이 공동으로 투자해 민간 재활용 업체들과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듀얼 시스템 말입니다.
*기사 읽기: 베를린에서 온 기후편지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정치적 결단해야 할 때” (일다 20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