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와서 글로만 접했던 3주, 4주씩 휴가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퇴사를 생각하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3주, 4주 휴가가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했는데, 사실 그 여행을 위해 지불해하는 환경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유럽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데 선도적인 것 같지만, 그만큼 환경을 망가뜨린 장본인도 유럽 및 서구권이었다는 씁슬한 사실을 마주합니다. 한국과 독일을 오갈때 마다 비행기를 타는 제 스스로를 돌아보며, 가급적 기차를 탄다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이동을 자주했지는 않았는가 자문하며 이번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80%는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다
국가간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서, 철도와 자동차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하기 용이한 유럽의 경우에도 항공기 이용객 수는 점점 증가해서 2018년 전세계 항공기 이용객 중 유럽인의 비중은 26%에 달합니다.(44억 명 중 11억 명) 세계 인구 중 유럽인의 비율의 약 10%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큰 수치죠. 전세계 인구의 약 17%를 차지하지만 항공기 이용객 비율은 2.1%인 아프리카와 대조됩니다. 해외여행이나 항공기 이용이 여전히 값비싼 활동임을 생각할 때 이러한 대조적인 숫자는 불평등한 세계화와 불균등한 부의 분배 문제와 관련이 있죠.
탄소발자국 큰 비행기 타지 말자, ‘플라이트 셰임’ 운동
비행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운송 수단과 비교해 시간 대비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비행기 승객 1명당 1km을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285g을 배출하는 셈인데, 이는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5%가 비행기에서 나오는데요, 이용객 증가율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3.5%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내연 자동차는 전체 배출량의 9%를 차지합니다. 게다가 비행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뿐만 아니라 고도 8km 이상 높이 날 때 생기는 비행운으로 인한 온실효과 문제도 심각하죠.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기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유럽 각 정부와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탈탄소 운송수단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는 항공기 여행을 줄이자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부끄러운 비행) 운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2018년 스웨덴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 운동은 환경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끄러움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행기 이용을 최대한 줄이자는 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