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벨트에서는 2023년 봄부터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도서관에서 우춘희 작가의 <깻잎 투쟁기>를 발견한 한 멤버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게 시작이었어요. 그 뒤로 멤버들이 돌아가며 책을 추천하고 전자책으로 읽고 온라인으로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깻잎 투쟁기>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의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과 옆면까지 보여주는 책이에요. 움벨트 멤버들은 모두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독일과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보니 이 책의 소개를 읽고 다들 어떤 종류의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대체로 향이 괴상하다고 여겨지는 깻잎을 먹기 위해 깻잎을 직접 키우거나 비싼 값에 사서 책 제목도 끌렸을지도 모르겠어요.)
<깻잎 투쟁기>을 읽고 난 뒤 독서 모임을 하는 내내 침묵이 자주 흘렀어요. 임금이 체불되고 폭력적인 고용주에게 피해를 보지만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대로 일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저희 모두를 화나게 했고 또 한편으로는 슬프게 했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고용허가제와 이주노동자 거주시설에 대한 법령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고용주들이 있다는 것(어쩌면 많다는 것)과 사회시스템에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며, 현재 한국 농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필수인데도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 그저 ‘노동력’으로만 보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에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자세히 듣기 위해서 우춘희 작가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관련해서 더 공부해 볼 수 없을까? 하는 질문들이 둥둥 떠올랐고 다들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독서 모임을 한 뒤에 한 멤버는 귀한 깻잎을 더 귀하게 여기며 먹게 되었고,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을 겪는 중인 다른 멤버는 덕분에 버틸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손어진, 김인건 두 멤버는 ‘독일 사회 속의 이민자들’을 주제로 기획 기사를 기획했고 한국의 한 저널에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시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