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자유롭다 생각되지만, 때로는 콘크리트 빌딩 사이에서,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익명성은 숨이 막히곤 한다. 그럴 때 이방인은 어디에 가야하는가? 여기 흙과 익명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Himmelbeet(힘멜비트, 하늘의 밭)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Himmelbeet

베를린 북서쪽의 베딩(Wedding) 지역에 위치한 Himmelbeet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공동 텃밭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지렁이를 이용해 화학비료가 아닌 지렁이 분변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텃밭을 운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Himmelbeet는 모두를 위한 좋은 삶(Das gute Leben für alle)라는 모토로 다음의 세 가지를 중요하게 말한다.

  • 교육 수준과 자본에 치중하지 않으며 추구하는 정의
  • 이웃 간의 네트워크를 위한 플랫폼
  • 고립이나 포퓰리즘보다 함께하는 삶으로의 전환

인종 차별 또는 다른 차별에 대해서 Himmelbeet는 기본적으로 거부하며, 개인이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람 또한 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간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지 함께 둘러보자.

입구에 있는 입간판을 살펴보니,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10시에서 저녁 10시까지 연다고 쓰여있다. 텃밭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인포 하우스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카페는 화,수,목은 오후 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금,토,일 그리고 휴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연다. 독일의 많은 가게들이 평일과 주말에 문을 여는 시간이 다른데, 금요일이나 토요일은 다른 때보다 문을 닫는 시간이 늦기도 하지만 일요일에는 대부분 문을 늦게 여는 편이다. 어디를 방문할 때에는 오픈 시간을 잘 찾아봐야하는 이유다. 찾아보거나 정보가 확실하지 않다면 평일 낮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식물을 키우는 야외 공간이다보니 다른 입간판과는 달리 날씨가 써 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Himmelbeet에서는 GMO 종자가 아닌, 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식물은 재래종으로 이 텃밭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직접 키운 식물도 판매되고 있다. 모종은 누구라도 사갈 수 있고, 기본적으로 지렁이 분변토를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 흙을 만지고 싶은 사람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떨어져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 저기 놓여있는 의자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고, 주위에 고층 빌딩이 없어 쏟아지는 햇볕을 만끽할 수 있다.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사 마셔도 되지만,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 공간을 사용하기를 바라는 Himmelbeet의 운영방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Himmelbeet의 정체성은 텃밭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누구나 어디에서든 만들 수 있는 천화분을 보면, 도기나 플라스틱 같은 재료로 화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땅에 놓여야할 것 같은 흙 또한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며 인식을 달리하게 만든다. 가끔 빈티지 제품을 사용해 꾸민 정원을 보면 배수가 되지 않는 장화나 녹이 슬어 있는 철 물조리개를 이용한 화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화분에서 살아가야하는 식물에게는 천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천 화분은 편리한 배수도 한 몫하지만, 통풍이 잘 되서 흙이 금방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천화분은 네 모서리를 실로 고정시켜 식물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천으로 만든 화분 뿐만 아니라 텃밭 곳곳에는 재활용 된 물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과일을 담았던 상자는 이제 화분으로써 기능하고 있고, 아이스크림 막대는 식물 이름표가 되었다. 원래의 활용 가치는 잃었지만 다른 형태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물건들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 물건들과 뒤엉킨 식물들은 바닥, 화분 위, 덩쿨, 지지대 사이로 무성히 자라나며 햇빛과 바람을 즐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신없어 보이는 이들 사이에도 규칙은 있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며 자라는 한련화는 화분 밑으로 줄기를 뻣어내고, 해를 좋아하는 해바라기는 꽃과 잎을 줄기의 맨 위 쪽에만 위치하고 있다. 잎도 열매도 큰 호박은 저 큰 덩쿨을 감싸며 자라나고 있다. 자리를 잡고, 지지대를 세운 것은 이 텃밭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 한 일이지만 돌과 자갈로 깨끗하게 만들어진 경계 안에서, 대리석 화분 안에서 외목대로 자라는 식물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가 여기 있다.

그러나 Himmelbeet는 1년 후인 2020년 10월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하는 상황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옮길 수 있는 위치를 찾고 있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고, 2020년 10월 이후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문제는 Himmelbeet 뿐만 아니라 베를린에 있는 여러 도시 텃밭들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고 옮길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는 점이다.

Himmelbeet 같은 도시 텃밭은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머무르며 공간을 공유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단지 몇몇의 회원들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도시 텃밭과는 또 다를 의의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도시 텃밭은 식물을 ‘전문적으로’ 또는 ‘잘’ 키우기 위한 곳이지만 Himmelbeet 는 식물과 흙을 매개로 사람을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식물이나 농업에 대한 워크숍도 참여할 수 있지만 요가를 배우거나 함께 생활 용품을 만들거나 특별한 음식을 만들며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도 있다. (얼마 전에는 김장을 담그는 시간을 가졌다.)

Himmelbeet의 의의를 또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도시 외곽이 아니라 도시 안 곳곳에 존재함으로써 파편화된 개인들이 언제라도 ‘쉽고, 편하게’ 이 곳에 모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함께 오지 않은 개인들이 여기 저기 편한 자리에 앉아 햇빛을 쐬며 유기농 커피를 즐기고 있다. 또는 텀블러에 담아온 물을 마시고 있다. 4면이 막혀있지 않은 이 공간에서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도시의 수 많은 이방인들에게 숨통이 트이게 하는 흙의 공간, Himmelbeet가 이 곳에 그대로 위치할 수 있기를 또는 베딩(Wedding)의 어딘가에 다시 또 존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힘멜비트, Himmelbeet

주소: himmelbeet Gemeinschaftsgarten
Ruheplatzstraße 12
13347 Berlin

홈페이지: https://himmelbeet.de/

글, 사진: 조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