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연재 여섯 번째 글은 독일 내 중증장애인들의 투표권 보장에 관한 글입니다.
2021년 9월 독일 연방선거(총선)는 독일 내 8만 5천 명의 장애인들에게 처음으로 선거권이 주어진 날이었습니다. 독일 내 중증장애인들 중에서는 혼자서 여러 사무를 처리할 수 없어 이를 대신해주는 법정후견인을 가진 사람들도, 이들은 이 법정후견인이 있다는 이유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참여를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2019년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내려진 이후, 이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졌고, 단순히 선거권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애를 갖은 사람들이 선거에 관한 정보를 접근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선거자료집을 만들고 투표소를 준비하는 것 등도 함께 고려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글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기사읽기: 장애인은 투표할 수 있는가? 투표하고 있는가?(손어진, 프레시안 2023.5.4)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장애인들은 여전히 “선거가 비장애인 중심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50~60페이지에 달하는 쉬운 언어로 된 선거공약집은 너무 양이 많으며, 장애인이 이해하기에 충분히 쉽지 않다.
각 정당의 선거정보를 보려고 할 때,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미지 설명 텍스트는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글씨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이나 배경과 문자의 명도 대비 기능, 정보를 읽어주는 음성지원 옵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접근성, 통합(Inklusion)과 관련해 활동하는 청각장애인 활동가 줄리아 프롭스트(Julia Probst)는 2021년 연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정보 및 후보자 토론 방송 시 수어 통역사 화면이 너무 작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독일이 연방공화국 이래 처음으로 ‘법정후견인이 있는 정신장애인에게 투표권 부여’라는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