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지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이스라엘 민간인 1,200명,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해 미성년자 6,150명 포함해 1만 5,000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 편에 서겠다고 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정상들의 발표를 보면서, 어떻게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무참히 죽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을 지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독일에 많이 살고 있는 움벨트 맴버들과 프랑스에 살고 있는 맴버도 해당 국가의 정부 발표를 보면서, 홀로코스트 학살을 자행해 유대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입장이라 이해가 됐지만, 이스라엘이 그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을 불법 점령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그 과정에서 매일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맞아 죽는 민간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애도조차,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반유대주의가 여전히 존재하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대표한다고 자청하고 있는 이스라엘 국가의 불법 행위들을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겠지요. 특히 홀로코스트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지금도 하고 있는 독일은 현재 팔레스타인을 연대하자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자칫 손쉽게 유대인/이스라엘인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연대 시위의 메시지들을 정교화하고 있으며, 학살과 억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미국의 철학자이자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가 쓴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그중에서도 “5장 유대주의는 시온주의인가?”에서는 아렌트가 비판한 민족국가, 종교와 국가 간 합치와 분리, 시온주의로 나타나는 이스라엘 국가의 정체성, 유대주의에 대한 다양한 해석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눴고, 또한 “7장 프리모 레비와 현재”에서는 ‘역사를 증언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큰 질문과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가 자신의 이야기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홀로코스트의 역사를 기억하고 애도하며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로 계속 얘기될 뿐만 아니라, 이 증언이 자칫 이스라엘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는 것까지 고려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이면에 1000년 이상 이어져 온, 혹은 성서의 이야기처럼 이집트의 포로였던 이스라엘 국민을 모세가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데리고 왔던 때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요즈음입니다. 움벨트는 이 책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다른 다양한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