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는 단순했습니다. 1. 닭고기의 경우 2.돼지고기의 경우 3.개고기의 경우 이렇게 세 챕터로 나누어져 있었고, 더 자세히는 1.닭고기의 경우에 산란계 농장, 부화장, 육계 농장이 2. 돼지고기의 경우에 종돈장, 자돈 농장, 비육 농장이 3.개고기의 경우에 첫 번째 개 농장과 두 번째 개 농장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군더더기 없는 목차에서 좁은 케이지에서 사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른 닭을 쪼아 죽이는 닭, 임신과 출산만 반복하느라 1년에 40분만 걸을 수 있는 돼지, 썩어가는 음식 쓰레기를 먹으며 뜬장에서 살을 찌워가는 개들의 삶을 말합니다. 작가가 여러 농장에서 직접 노동하며 보고 들은 일을 르포 형식으로 쓴 이 책은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낱낱이 고발하는 글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살아있는 동물을 처리해야 하는 일감이자 물건으로 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동물들은 꼼짝 말고 살을 찌워야만 중간에 도태되지 않고 고기가 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일터에서도 군말 없이 일해야 열악한 주거 시설에라도 몸을 뉠 수 있죠. 이 시스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지출을 최대한 아껴 농장을 키우려는 사장들일까요, 일정에 맞춰서 적합한 무게의 고기를 납품받는 대기업일까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소비자들일까요.
움벨트 멤버들은 하나같이 이 책을 끝까지 읽기 버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내용이 너무 끔찍해서 읽기 힘들었다고 했고, 강한 이미지들 때문에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렸다고 했고, 동물에게 감정 이입이 돼서 읽는 게 고통스러웠다고도 했습니다.
각자 받았던 충격을 한참 동안 나누고 나서, 육식과 축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육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과 고기가 최대한 윤리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오갔습니다. 더불어 독일 축산업과 한국 축산업을 비교해 보기도 했죠. 한국에도 독일처럼 고기가 어떤 사육환경(축사, 방목, 유기농 등)에서 생산되었는지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표시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소비자로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알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살다가 고기가 된 고기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 고기가 정말 보양식인지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한승태 작가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서문을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꿈꿔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회식 자리에서 육즙이 흐르는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을 때 당신과 고기 사이에 어떠한 환상도 남아 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제 환상을 부숴볼까요. 그 시작으로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책모임 #독서모임 #북클럽 #책추천 #공장식사육 #비건 #비거니즘 #한승태작가 #고기로태어나서 #시대의창 #지속가능한삶 #움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