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에 밀어닥친 ‘녹색 물결’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에 대한 독일인들의 높아진 경각심과 현 메르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연방환경청(BMU)이 지난 3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환경과 기후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최근 3년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독일 연방정부가 기후위기 및 환경문제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16년 34%에서 2018년 14%로 대폭 하락했다.
녹색당이 현재의 전 지구적인 보건·기후위기 속에서 독일의 집권 대안세력으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40년간 야당으로서 녹색당의 존재감이 환경정책 면에서 집권 정당들에 영향을 미쳐왔다. 더욱이 최근엔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아우를 수 있는 원숙한 대중정당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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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 합의문에 서명하는 슈뢰더 당시 총리(가운데)와 녹색당 소속의 트리틴 환경부장관(오른쪽).
시사인 발췌, ⓒMarco Urban

시사인 독일 녹색당 연재 두번째 이야기로 독일 녹색당의 역사를 독일 환경정책의 발전사를 중심으로 풀어보았다. 독일 녹색당의 수십년간의 노선과 정체성 변화에도 불구하고 환경과 에너지 의제는 녹색당의 변치않는 핵심적인 요소로 남아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대하는 태도나 제안되는 정책과 수단, 그 기반이 되는 생태정치적 담론은 역시 전체적인 당 노선의 변화와 함께 변화를 거쳐왔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것과 독일 녹색당의 현 상황을 자세히 전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에는 반대 시위 등을 통해 거리에서 실력행사를 하며 오염원에 대한 금지와 오염 시설의 폐쇄 등을 비타협적으로 추구했다면, 현재는 직접 산업계나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며 타협을 할지언정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 정당으로 거듭났다. 배출권 거래제나 최근 Fit-for-55로 한국에서 논란이 일었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시장경제를 이용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을 모습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대안이 마땅찮은 것도 사실이다. 또 이러한 생태사회주의에서 생태근대화론으로의 정치생태학적 담론의 변화는 원칙주의자(푼디스)들로부터 현실주의자(레알로스)들로 당의 주도권이 이동함과 함께 수반된 것이었고 이러한 변화상이 개인적으로는 참 흥미로웠는데, 역시 충분히 다루지 못해 아쉽다.

독일 녹색당과 독일 정치를 공부하면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생기곤 한다. 비록 80년대 창당 초기보다는 급진성과 좌파적인 성격이 많이 탈색되어 기성정당이 된 독일 녹색당이지만 한국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놓고 본다면 여전히 그들의 기후 정책이나 사회정책은 한국의 스펙트럼에서는 급진적인 좌파에 해당하는 그것이다. 심지어 사민당이나 중도우파 정당인 기민/기사연합의 기후 환경정책 조차 한국에선 이상주의적인 환경주의자 소리를 들을 만한 것이다. 기후 대응 노력의 부족을 비판하기보다는 현재의 얼마되지 않는 대응에도 앓는 소리를 하는 한국 보수언론을 생각하면 답답함은 더 커져만 간다. 독일에서 보낸 소식이 한국의 답답한 환경정책 논의에 조금이나마 환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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