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롭게 개정된 녹색당 강령 제4장 ‘함께 사는 삶’은 열린사회에 대한 독일 녹색당의 견해를 분명히 보여준다. 강령은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사회를 강하게 만들며, 이를 위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며 혐오와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 강령은 구체적으로 서로 다른 종교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이민자, 여성, 성소수자 등의 권리를 이야기한다. 난민 문제와 함께 극우 인종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녹색당은 여기에 가장 뚜렷이 반대하는 정당이며, 오랫동안 여성·성소수자·이민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대변해온 정당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이는 녹색당이 지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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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처음 이주해 왔을 때 찾아간 곳이 녹색당 지역 모임이었다. 청년 녹색당 모임에서는 독일어를 할 줄 모르는 나를 위해 1년 동안 영어로 모임을 진행해주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모든 것이 달리 보이는 시기를 지나, 조금씩 하는 말들을 알아듣고,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정도의 분위기를 알수 있게 되자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 모임에는 왜 저렇게 남성 당원들은 발언을 자주, 길게 할까, 왜 이렇게 유색인종이 없을까, 외국인을 정당원으로 받아주지만 왜 자국 내 선거권이나 투표권은 주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는 당내 선거권도 제한하는 것일까, 당원 메일링 리스트로 특정 인종과 민족을 배척하는 것 같은 내용이 오가는 것은 무엇일까, 아시아인 인종차별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까, 아니면 도움만 주려고 할까. 내 당비는 무엇을 위해 쓰이나 솔직히 탈당을 하고 싶다.

그래도 내가 사는 동네 선거구의 지역구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야나(Jana Brix)의 선거캠프에 조금씩 참여하면서, 녹색당이 없는 베를린과 독일, 유럽을 상상할 수 없단 생각을 한다. 우리 선거 부스 건너편에 AfD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자기들끼리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저들에게 나는 자신들이 내는 세금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게르만 민족과 독일이란 국가를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타인일 뿐이다. 저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 “코로나, 중국으로 돌아가!”, “으…..!!! 지겨운 아시아인들”라고 외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녹색당이 없다면 독일에는 이주민도, 난민도, 외국인도 없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감히 목소리를 더 높일 것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녹색당은 더 많은 표를 얻고, 집권까지 해야 한다. 이기적이지만.

*기사 읽기: 녹색당 울타리 안에서는 성소수자·이민자들이 어울려 산다(시사인 제725호)